배트맨 비긴즈 / Batman Begins (2005)

기본 정보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작가: 크리스토퍼 놀란, 데이비드 S. 고이어
배우:
크리스찬 베일 (브루스 웨인 / 배트맨)
마이클 케인 (알프레드)
리암 니슨 (헨리 듀커드 / 라스 알 굴)
케이티 홈즈 (레이첼 도스)
게리 올드먼 (짐 고든)
킬리언 머피 (조너선 크레인)
러닝타임: 140분
제작국: 미국, 영국
수상:
아카데미상 후보 (촬영상)
BAFTA 기술 부문 후보
여러 비평가 협회상 및 장르 영화상 수상
배트맨에 대하여..
배트맨은 미국의 만화회사 DC 코믹스에서 창조한 캐릭터이다.
DC 코믹스에서 창조한 또 다른 캐릭터 슈퍼맨과 함께 미국 만화를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한명이다.
회사에 속해있던 빌 핑거가 창조했지만 밥 케인이라는 동료가 그 공로를 가져간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배트맨 무비 트릴로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미행’, ‘메멘토’, ‘인섬니아’ 등 스릴러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워너 브라더스는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를 새로 만들어줄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그를 적임자로 생각하여 제안한다.
그렇게 배트맨 비긴즈를 첫 영화로 만들어내고 성공한다.
이어서 만든 ‘다크 나이트’는 역사상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이자 영화자체로 봐도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 평가받게 된다.
마무리를 위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에 비하면 모자란 평가를 받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잘 닫은 영화로 평가된다.
줄거리(펼치기 가능)

이야기는 ‘배트맨’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에서 시작된다.
어린 브루스 웨인은 부유한 가문의 아들이었지만, 어느 밤 부모를 눈앞에서 잃는다.
골목, 총성, 피, 그리고 공포심과 복수심이 그를 괴롭히는 삶이 시작된다.

성인이 된 브루스는 부모를 죽인 범인 조 칠을 직접 처단하려 한다.
하지만 배후 마피아들이 선수를 쳐서 조 칠은 죽게 된다.
암살 시도 사실을 밝힌 브루스는 소꿉친구 레이첼에게 귀싸대기를 맞는다.
동시에 그는 개인적인 복수는 정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고담시의 범죄는 그 뿌리를 뽑지 않는 이상 범죄를 없앨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브루스는 바로 선박에 몸을 던져 고담을 떠난다.
세계를 떠돌며 범죄자와 함께 살고 행동하며 그 구조를 배우려 한다.
그러다가 감옥 생활도 하게 된다.
이 활동에서 브루스는 폭력을 수단으로 쓰며 자기 혐오와 자기 탐구를 동반하게 된다.
그것은 결코 그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그러던 그에게 헨리 듀커드가 찾아온다.
그리고 브루스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주겠다며 찾아오라고 한다.
그렇게 브루스는 아시아 깊은 산속에 위치한 비밀단체 ‘그림자 연맹’의 일원이 되어 듀커드에게 무술과 정신을 가다듬는 법을 배운다.
마지막 테스트는 수장 라스 알 굴의 앞에서 죄를 지은 농부를 죽이는 일이었다.
연맹은 질서를 내세우지만 그 질서는 폭력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브루스는 살인을 거부하고, 그림자 연맹의 본거지를 파괴한다.
그 과정에서 라스 알 굴이 죽고 듀커드를 구해낸 뒤 민가에 맡긴다.
그리고 알프레드를 불러 전용기로 고담에 복귀한다.

도시는 여전히 부패하고 법은 무력하며 범죄는 구조화되어 있었다.
브루스는 도시에 법보다 강한 상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상징은 공포로 대표된다.
공포를 무기로 삼아 범죄자들을 막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레이첼과 놀다가 떨어진 우물에서 튀어나온 박쥐들에 겁에 질리고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그의 상징으로 삼는다.
브루스는 여러 명의 조력자도 만든다.
가문을 평생 받들어온 집사 알프레드 페니워스에게는 계획을 밝히고 일상생활을 서포트 받는다.
저택 근처의 동굴을 파내어 기지를 만들고 웨인 컴퍼니의 기술자 루시우스 폭스에게 전투 코스튬과 무기들 제작을 맡겨 보관한다. 그리고 올곧은 형사 제임스 고든과 협동하여 범죄자들 처단을 시작한다.
경찰서 옥상에는 고든이 자신을 만나기를 원할때 자신을 부를 수 있는 박쥐모양의 스포트라이트를 만든다.
그렇게 브루스는 고담시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상징인 배트맨이 된다.
하지만 순탄치 만은 않고 공포가스를 이용하는 크레인에게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브루스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만큼 들키지 않기 위해 본래 자신의 이미지도 일부러 망친다.
돈을 펑펑 쓰며 사치스럽고 경망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마주친 레이첼에게는 속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레이첼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그는 변명하려 한다.
이건 내가 아니야.(It’s not me. Inside I’m… I’m more.)
하지만 레이첼은 단호하다.
너를 정의하는 것은 너의 내면이 아닌 행동이야(It’s not who you are underneath, It’s what you do that defines you.)

배트맨이 상대하던 적들인 마피아 두목 카르미네 팔코네와 공포 가스를 이용하는 변호사 조나단 크레인은 전부가 아니였다.
브루스의 저택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 회복한 듀커드와 그림자연맹이 나타난다.
브루스는 망나니 연기를 하며 사람들을 내보낸다.
듀커드는 그림자연맹이 수천 년동안 테러집단으로 로마 제국부터 런던 대화재까지 주도한 사실을 밝힌다.
브루스는 죽은 라스 알 굴은 얼굴마담이며 듀커드가 라 스 알굴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듀커드와 그림자연맹이 저택을 불태우고 브루스는 기절한다.
라스 알 굴은 크레인의 공포가스가 담긴 수도관을 증발시켜 도시 전체를 공포로 다스리려 한다.
저택이 소실되고 브루스는 알프레드의 도움을 받아 동굴로 피신한다.
상실감에 주저앉은 브루스에게 알프레드는 말한다.
왜 넘어질까요?(Why do we fall sir?)
그로 인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So that we can learn to pick ourselves up.)
어릴적 동굴에 빠지고 박쥐들을 만나 기절했던 그를 구하러 온 아버지 토마스 웨인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라스 알 굴은 빈민가 내로우즈에 있던 아캄 형무소의 수감자들을 모조리 풀고 공포가스에 뒤덮이게 만든다.
배트맨이 그곳에 나타나고 위험에 처해있던 아이와 레이첼을 구해준다.
정체를 묻는 레이첼에게 배트맨은 간단한 말로 대신한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생각이 아닌 행동이다.(It’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

계획대로 진행하던 라스 알 굴과 전철에서 싸우고 배트맨이 계획을 저지하며 고담시는 위기를 모면한다.
시간이 지난 후 소실된 저택에 있던 브루스에게 레이첼이 다가온다.
자신이 브루스를 잘못 봤다고 사과한다.
하지만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상징인 배트맨을 그만두는 날 자신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알프레드와는 저택을 재건하기로 한다. 고든의 부름으로 간 배트맨은 새로운 적이 남기는 카드 ‘조커’를 보여준다.
키워드 해석
배트맨 비긴즈는 히어로의 탄생담이다.
그와 동시에 한 개인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네가지이다.
공포: 지배의 도구이자 극복의 대상
이 영화에서 공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브루스 웨인은 범죄자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전에 심리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는 어둠, 소리, 상징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된다.
배트맨은 강한 존재라기보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공포 그 자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포의 기원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브루스는 어린 시절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동굴에서의 추락, 수백 마리 박쥐의 습격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 공포를 없애지 않는다.
대신 그 공포를 자신의 얼굴로 쓴다.
라스 알굴 역시 공포를 이용한다.
공포 가스를 통해 고담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
하지만 두 인물의 차이는 분명하다.
브루스에게 공포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고, 라스에게 공포는 질서를 강제하기 위한 무기다.
같은 감정을 쓰지만 목적은 정반대다.
복수: 출발점이었으나 목적은 아니었던 것
초기의 브루스 웨인은 명백히 복수에 사로잡혀 있다.
부모를 잃은 상실감, 분노, 정의감은 그를 총을 들게 만든다.
하지만 조 칠이 팔코네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은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복수는 완수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상처가 치유되지도 않았다.
이때 브루스는 깨닫는다.
문제는 한 명의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 그 자체라는 것을.
이 깨달음은 라스 알굴의 시험에서도 반복된다.
죄를 지은 자를 직접 처형하라는 명령 앞에서 브루스는 선을 긋는다.
그는 범죄를 막으려 하지만, 단순한 살인으로 정의를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이 순간, 그는 복수에서 벗어나 책임으로 이동한다.
페르소나: “누구인가” 보다 “무엇을 하는가”
〈비긴즈〉는 트릴로지 전체를 관통하는 페르소나의 출발점이다.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기 위해 정체성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설계한다.
레이첼과의 대화—
너를 정의하는 것은 내면이 아닌 행동이야.
“It’s not who you are underneath, it’s what you do that defines you.”
—는 이 영화의 윤리적 핵심이다.
배트맨은 브루스의 본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브루스 웨인의 사적인 감정과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인격이다.
그는 플레이보이로 연기하고, 배트맨으로 행동한다.
이 분리는 위선이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비긴즈는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신화적 존재가 아니라 행동과 선택의 결과물로 만든다.
회복탄력성: 넘어지는 이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브루스가 계속 실패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추락, 훈련 중의 좌절, 고담에서의 미숙한 첫 시도, 저택의 파괴.
그는 매번 무너진다.
그리고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는 추락할까?
“Why do we fall?”
답은 단순하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 말은 아버지 토마스 웨인에게서 시작해, 라스 알굴을 거쳐, 알프레드에게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엔 위로였고, 나중엔 훈련이었으며, 마지막엔 선택의 근거가 된다.
브루스가 다시 일어서는 이유는 분노도, 복수도 아니다.
그는 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다시 일어선다.
결론
그래서 〈배트맨 비긴즈〉는 강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말하는 영웅은 두려움을 없앤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행동하는 사람이다.
브루스 웨인은 완벽해졌기 때문에 배트맨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끝내 넘어질 수 있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 뒤 선택했다.
그 선택이 반복되었을 때, 그는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점에서 〈배트맨 비긴즈〉는 슈퍼히어로 영화이기 이전에,
누구나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영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