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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1

Created: 2026/1/29

여행일

2025 FEB

간략한 인도 정보

역사적으로 인더스 문명이 위치한 곳이며, 마우리아 왕조, 굽타 왕조, 그리고 무굴 제국 등 찬란한 유산이 깃든 곳이다.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14억명이 넘는다.

수도는 뉴델리이다.

25년 기준 GDP 4위에 해당하는 경제 강국이며, 사용되는 언어만 대략 2,138개가 되는 다양성이 넘치는 나라다.

공용어는 표준 힌디어이며, 보조 공용어가 있는데 바로 영어이다.

힌두교가 80% 이상으로 지배적이며, 이슬람교도가 14%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도 아웃소싱으로 IT 하청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제는 하이데라바드와 벵갈루루를 베이스 지역으로 IT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은 커리, 탄두리 치킨 등이 있다.

나에겐 인도 하면 커리부터 떠오른다.

인도를 가게 된 이유...

나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여행지를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한 국가가 무엇을 남겼는지, 자랑하는지, 그 흔적을 보고 싶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좀 적나라하고 가감없이 쓸 예정이다.

인도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즐비하지만, 치안과 위생과 시민의식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여행을 가는 것에 환상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지를 두 분류로 나눈다.

휴양과 모험이다.

비교적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여행 난이도가 쉬운 곳은 휴양지이다.

하지만 낯설고 체력을 요구하며 여유따윈 없는 곳은 모험지이다.

인도는 모험지에서 늘 방문 목록 최상단에 있었다.

인도의 타지마할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그래서 인도 모험은 선택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였다.

항상 그렇듯 여행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모험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통수단 계획부터 예약할 것은 모두 예약해야한다.

날짜가 정해지면 결심은 돌이킬 수 없다.

인천 에어르뽀르또!

그리고 그날이 왔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왔다.

아빠가 공항까지 태워다주셔서 편하게 이동했다.

오랜만에 일출을 봤다. 

공항쪽은 공단이 많은 편인데, 아파트단지와 공단 사이로 뜨는 붉은 해가 묘하게 아름다웠다.

일상적인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공항에 요즘은 적어도 보딩시간보다 3시간은 일찍 가야한다고 들었다.

해외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공항 직원들의 일처리가 그만큼 빡쎄서 느려졌다고 한다.

11시에 보딩을 하기 때문에, 8시까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혼잡도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내가 가는 시간인 7시에서 9시 사이가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

막상 와보니 다행히도 생각보다 덜 붐볐다. 

체크인하는데 짐 검사하는 사람이 좀 많았지만, 10분 이내로 끝난 것 같다. 

나는 배변활동이 좋은 편인지 장이 약한 편인지 어딜 가기 전에 항상 화장실을 가야한다.

공항에 도착하니 금새 또 배가 아파져서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볼일 보고 9시30분쯤 푸드코트에 왔는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자리에도 못앉을 뻔했다.

몸은 이미 피곤하고 눈이 건조했다.

에어인디아는 승무원들이 인도인도 한명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번 승무원들은 모두 다 한국인이었다. 

항공사마다 공항에 따라 해당 국적 승무원을 근무시키나보다.

준비물

이번 여행은 피부 관리 용품을 포함해 단단히 물품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옷도 다 여행지에서 버릴 것들만 준비했다. 

가서 하루하루 옷들을 버리면 짐들이 더 줄어드는 식이니 좋은 판단이었다.

인도의 향신료 향이 너무 강한 편이라, 좋아하는 옷들에 냄새가 밸까봐 안 챙겼다.

낮 기온은 20도가 넘어서 반팔에 반바지로만 대부분 챙겼다.

밤 기온은 10도 언저리라서 일교차가 10도나 나기에 긴팔, 긴바지, 그리고 경량패딩도 챙기긴 했다.

이번 일정에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 들어간 레스토랑 두 군데를 모두 예약했다.

그런 곳들은 스마트 캐주얼 복장을 요구해서 긴팔과 긴바지가 필요하긴 했다.

인도는 높은 여행 난이도에 대한 명성이 이집트와 자웅을 겨루는 여행지이다.

그만큼 위생과 시간 개념이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변수가 자아내는 돌발상황들과 우여곡절을 끝에 오는 미묘한 재미들이 있다.

단단한 멘탈도 준비물 중 하나이다.

아침 식사

아침 식사로 남산왕돈까스를 먹었는데 상당히 별로였다.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짠돌이라서 가성비를 따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시킨 건 클래식 소스 반 매운 소스 반 돈까스였다.

이게 12,000원 가까이 하는 가격이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요즘 물가에 공항에서 먹는 음식 치고는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말만 왕돈까스이고 크기는 별로 크지 않았다.

중요한 고기가 정말 맛없었고 튀김이 냉동돈까스 수준이었다.

차라리 타코벨이나 쉐이크쉑을 먹을 걸 그랬다.

잡담

볼일을 또 봤다.

난 장이 아주 약하다.

예정 시간인 11시 25분에 보딩을 시작하고, 12시 전후로 이륙했다.

7만원 가까이 주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비상구 좌석을 구매했다.

하지만 다리만 편하고 물건을 놓을 곳이 없어 상당히 좁고 불편했다.

앞에 좌석이 있으면 작은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아도 흔들리지 않아서 편하다.

이 좌석은 앞에 좌석이 없어서 가방을 무릎 위에 놓기 애매했다.

일장일단이 있다.

학회에 참석하는 듯한 점잖은 교수님이랑 제자분이 계셨다.

교수님이 왜 힘든 여행지인 인도에 가냐고 물으셨다.

나는 젊을 때 몸이 힘든 곳을 다니고 나이들어서는 편한 곳을 다니고 싶다고 답했다.

교수님은 칭찬에 관대하셨는데, 특히 혼자 인도에 가는게 용기라며 칭찬하셨다.

교수님은 무엇보다 젊음을 부러워하시는 것 같았다.

기내식

기내식으로 치킨라이스가 나왔다. 

버터비리아니가 메인이고 양쪽에 소스로 치킨마크니와 시금치커리가 나왔다. 

비리아니는 맛있었고 시금치커리는 먹을만한데 매워서 안먹었다. 

치킨마크니는 토마토소스에 가까울 정도로 맛이 단순하고 복합적이지 않았다. 

어찌보면 현지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인도의 본토의 커리를 맛보았다고 생각하니, 커리 맛에 대한 기준이 조금 잡혔다.

간식으로 탄두리치킨을 랩으로 감싼게 나왔다.

부드러운 커리맛이 과하지 않고 치킨은 촉촉하게 잘 익었다.

안에 들어간 피망이 엇박의 조화를 주었다.

이건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을 정도였다.

세이지 필터

뉴델리는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 중 하나로 유명하다.

비행기 착륙 전 보인 델리의 하늘은 스모그로 오줌색이었다. 

끔찍한 색이었다. 

카메라 필터 중 세이지 필터를 적용한 것만 같았다.

어리버리 까버리기

이번 여행은 E-SIM을 챙겼다. 

근데 이것을 등록하려면 와이파이가 필요하다.

뉴델리 공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따로 코드를 받아야만 사용 가능해서 대단히 난감했다.

그리고 코드를 아는 직원을 찾아 이리저리 쏘다녔지만 영어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찾아도 코드를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결국 데이터로밍을 사용했다.

로밍으로 인해 몇초만에 만원 가까이 날라갔다.

오마이갓, 욕이 저절로 나왔다.

여행 다니면서 트래블월렛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앱 내에서 환전하고, 발급받은 전용 카드로 현금을 해외 ATM에서 인출하면 수수료 없이 인출 가능하다.

그래서 트래블월렛에 돈을 충전해왔는데 SBI ATM에서 돈을 출력하면서 어리버리깠다.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고 그래서 ATM을 수시로 사용했었다.

한국에 온지 하도 오래되어서 saving과 credit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saving은 저축 예금 계좌이며 credit은 당좌 예금 계좌이다.

트래블월렛 같은 서비스는 당연히 당좌 예금 계좌이다.

어쨋거나 환전해놓은 20,000루피를 인출(withdrawal) 했다.

우버에 신용카드 등록이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안 되어있는게 제일 난감했다.

우버는 내가 미국에서 쓰던 계정을 이용했는데, 그래서그런지 다 미국에서 쓰던 카드들만 등록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가진 카드들이 우버 앱에 등록이 안되었다.

결국 우버는 잡았지만 여전히 카드 등록을 못해서 그냥 현금 계산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여기도 공항에 우버 탑승지가 있어서 그리로 이동했고 바로 잡은 우버기사를 만나서 택시에 탑승했다.

매연

공항에서 나가는 예상 시간은 6시쯤었는데, 1시간보다 더 늦게 오후 7시 25분에 나왔다.

원래는 오늘 7시반에 유명 레스토랑 Bukhara를 예약했었다.

생각보다 첫날에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나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날로 바꾸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인도도 일본처럼 운전좌석이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인 것 같다.

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서도 힘들었는데, 시도때도 없이 빵빵 거리고 매연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기 때문이다.

내가 탄 차는 오래된 회색 스즈키였고 2000년대식 같았다.

일단 손잡이를 돌려서 창문을 내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온은 16도인데도 쌀쌀해서 내부에서 더워서 벗었던 긴팔을 다시 꺼내 입었다.

생각보다 인도의 강렬한 향신료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교통체증의 심한 특유의 매연냄새가 지배적이었다.

페루의 리마에 갔을 때도 교통체증이 심했고, 매연냄새가 강했는데 여기도 비슷했다.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운행차량도 그만큼 많은 것이 매연의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도시의 첫인상은 ‘향’이 아니라 ‘연기’였다.

호스텔 JHOUSE

공항에서 숙소 JHouse까지 30분 정도 남짓 걸렸다. 

요금은 480루피였고, 난 거스름돈 20루피를 받으려고 500루피를 건넸다.

애초에 500루피짜리 지폐밖에 없었다.

기사는 20루피 지폐가 없다고만 말했다.

한마디로, 500루피를 그냥 다 주라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기사는 영어를 아예 못알아듣는 척을 했다.

나도 그냥 뻐팅기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돈 안주면 나도 안내리는 거지 뭐.

20루피면 310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계속해서 주다보면 의외로 큰 지출이 된다.

결국 기사는 나가서 근처 가게에서 20루피짜리를 바꿔와서 나한테 주었다.

어떻게든 그냥 퉁치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이 인간 자체가 밉고 그렇지는 않았다.

실실 웃으면서 뻔뻔하게 구는게 쪼까 귀여운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만날 택시 기사들이 다 이렇게 뻔뻔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밑에는 헬스장도 있었다.

어디서나 자기관리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멋지다.

루프탑과 복도

Jhouse는 비루한 건물 3층에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루프탑을 예쁘게 잘 꾸며놓았었다.

다만 이 숙소에서는 수건을 유료로 팔았다. 80루피였다.

체크아웃 할 때 수건값과 숙소비용을 정산한다는 설명을 듣고 룸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방들 사이에 있는 복도를 꾸며놓은 공간이다.

이건 사진으로 보니 좀 횡하긴 한데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고 생각했었다.

여기는 남녀혼숙 호스텔이며, 나는 이층침대 위쪽에서 잤다.

내 밑에는 캐내디언 Girl이 자리를 차지했고, 내 옆에 이층침대 위에는 프렌치 Boy가 있었다.

Girl은 6개월이나 여행한다고 하고, Boy는 3개월이나 여행한다고 했다.

둘 다 Gap Year을 갖는 모양이었다.

나이가 몇일까 궁금했는데 아마 둘 다 나보다 5살 이상은 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자애는 프랑스어로 남자애와 소통했는데, 역시 캐나다 사람들은 어느정도 불어를 할 줄 아는 애들이 많나보다.

샤워룸+해우소

샤워실은 살면서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최악이었다. 

화장실에 샤워기가 달려있어서 누가 X라도 싸면 샤워는 못했다. 

반대로 누가 샤워한다면 뭐가 마렵든 참아야했다.

온수도 10초마다 냉수랑 이랬다 저랬다 서로 먼저 나오려고 다퉜다.

그래놓고 물이 찔끔찔끔 나와서 세수하는데만 5분이 걸린 것 같다.

내 얼굴이 좀 크기도 한데, 아무리 커도 5분나 걸린 적은 없다.

온수는 물을 모아 덥히는 시스템 같았다.

근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나만 해도 거의 찬물로 샤워했다.

시간이 늦어서 내가 제일 늦게 샤워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제 나 다음에 샤워할 사람은 온수 한 방울도 못쓰겠거니 짐작했다.

오 젠장, 가엾은 캐내디언 걸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이제 더이상 나올 온수도 없고 물도 더 찔끔찔끔 나왔나보다. 

여자애가 30분동안 민망한 신음소리를 내며 샤워했다.

6개월동안 인도를 여행하는 걸, 마음을 30분 안에 마음을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인도에 왔으면 적자생존이긴하다. 적응하면 그만이다.

내 적응력은 쬐끔 나약하긴 하다.

첫날 마무리

첫날부터 별일 없는 일정인데도 뭔가 스펙타클했다.

어쨌거나 이런 번거롭고 낯선 환경속에서는, 나 자신이 좀 더 뚜렷해진다.

육체적이고 본능적으로 힘든 것에 대처하는 내 판단이, 진짜 내가 누군지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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